“바다 위의 안전망: 해상 재난에 맞서는 선박 안전 시스템의 혁신과 미래”

매년 수천 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하고 수백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바다. 세계 무역의 90% 이상이 해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박의 안전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국가 경제와 인명을 지키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해상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선박 안전 시스템은 어떻게 발전해왔고, 첨단 기술의 도입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오늘은 해상 재난과 선박 안전 시스템의 발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해상 재난의 현주소: 늘어나는 사고와 숨겨진 위험

해양수산부의 2024년 해양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총 3,255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수치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명피해(사망·실종)가 164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74.5%나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이 중 어선 사고가 전체의 66.2%를 차지하며, 사고 유형별로는 안전사고와 전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습니다.

해상에서의 재난은 특히 그 특성상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커지기 쉽습니다. 해상 물동량 증가로 선박은 대형화하고 해상교통량은 증가하는 반면, 경험 많은 선원들은 줄어들어 인적 실수로 인한 해양사고의 위험과 사고로 인한 해양환경 피해 규모가 증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박 안전 시스템의 진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과거 선박의 안전 시스템은 주로 물리적 장비와 선원들의 경험에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선박 안전 시스템도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스마트 해상교통 인프라 구축은 해상 안전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선박 안전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1. 선박 자체의 안전성 강화: 선체 구조 개선, 비상 상황 대응 시스템 등
  2. 선원의 인적 요소 보완: 교육 훈련 향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등
  3. 해상교통환경 개선: 통신 인프라, 교통관제, 정보 공유 시스템 등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첨단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안전운항지원 기술 및 해양안전 인적 위해도 저감 기술 개발을 통해 항해사의 실수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고, ICT 기술을 활용한 국가 스마트 해상교통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가 지키는 바다: 인공지능 기반 선박 안전 시스템의 부상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선박 안전 기술은 단연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개발한 ‘AI 기반 안전관리시스템(HiCAMS)’은 인공지능이 선박 내 화재를 감시하는 영상 분석 기반의 안전 솔루션으로, 조선업계 최초로 한국선급 및 라이베리아 기국의 기본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선박의 기계 구역에 설치된 CCTV 영상과 화재 빅데이터를 분석해 화재 초기 단계에서부터 불씨와 연기를 포착합니다. 특히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일반 카메라 영상으로도 오경보 가능성을 줄이고 시스템 정밀도를 높였으며, 기존 센서보다 훨씬 빠르게 화재 징후를 탐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충남 대천항에 도입되는 ‘AI 선박충돌방지시스템’은 인공지능이 입항 선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이를 전광판을 통해 출항 선박에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시스템들은 과거에 인적 오류로 일어났던 많은 해상 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율운항선박: 해상 안전의 미래

선박 안전 시스템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은 자율운항선박(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MASS)입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자율주행차가 발전하는 것처럼, 해운 및 조선 산업에서도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총 4단계로 분류합니다:

  • 레벨1: 선원이 탑승해 항해를 보조하는 자동화 시스템 사용
  • 레벨2: 선원이 탑승하지만 원격 조정 가능
  • 레벨3: 선원 미탑승, 원격으로만 조정
  • 레벨4: 완전 자율운항 시스템으로 인간 개입 불필요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1,600억 원을 투입해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KASS)’을 추진하고 있으며, IMO 레벨 3(대양항해) 및 레벨 2(연안항해) 수준의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2023년 9월에는 한국형 자율운항선박 시스템을 시험하는 컨테이너선 ‘포스 싱가포르’ 호가 실증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자율운항선박의 핵심은 선박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전자해도(ECDIS) 등 항통장비를 통해 주변 정보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해 최적의 항로와 속도를 결정합니다. 또한 기관자동화시스템은 엔진과 발전기 등 주요 장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고장을 진단하고 예측합니다.

해양사고 대응 기술: 신속한 구조와 환경 보호

사고 예방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술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해양사고 신속대응 기술은 해양사고 후 적절한 대응을 통해 인명 및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서는 인공지능 기반의 수색구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초분광 카메라 등 첨단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조난자나 조난선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색하는 기술입니다. 또한 해양오염 확산 예측 및 방제 지원 기술을 통해 대규모 유류·위험물질 유출 사고 시 효율적인 방제작업을 지원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규모 유류 유출 사고 시 인력에 의한 수작업을 대체해 유출유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량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해양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향후 과제: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

선박 안전 시스템과 자율운항선박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자율운항선박의 경우, 현재 국제적으로 명확한 규제가 부재한 상황으로, 각국의 법률과 국제협약 등과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IMO는 2025년까지 비-강제(Non-mandatory) MASS Code 개발을 완료하고, 2028년부터는 강제 MASS Code를 개발해 2032년 1월 1일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5년 1월부로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자율운항선박법)」이 시행되어, 자율운항선박의 개발과 상용화를 법적으로 지원하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앞으로 7~8년 후면 한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자율운항선박 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제 협력과 기술 경쟁: 해외 주요국의 동향

선박 안전 시스템과 자율운항 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섬이 많은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자율운항 페리와 중소형 선박을 연안에서 시험 운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2040년까지 완전자율운항을 목표로 ‘MEGURI 204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KASS 외에도 삼성중공업의 SAS(Samsung Autonomous Ship), HD현대-아비커스의 HiNAS 2.0,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DS4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독자적으로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HD현대의 자회사인 아비커스가 개발한 HiNAS 2.0은 광석운반선에 적용해 연료를 15%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을 10% 줄이는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보다 약 8년 늦게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을 시작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IT 강국으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격차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미래 시장 전망: 성장하는 선박 안전 시스템 산업

선박 안전 시스템 및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앞으로 큰 성장이 예상됩니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완전자율운항선박 시장은 2020년 약 1조 3천억 원에서 2030년까지 약 14조 원에 도달해 연평균 성장률 27.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5년 544억 달러(약 70조 원)였던 자율운항선박 시장이 2030년에는 2,541억 달러(약 330조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선박 안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며, 관련 기술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사고 발생 현황은 어떤가요?

A: 해양수산부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총 3,255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164명입니다. 전년 대비 사고 건수는 5.3%, 인명피해는 74.5% 증가했습니다. 사고 유형 중에서는 어선 사고가 66.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Q: AI 기반 선박 안전 시스템은 어떤 장점이 있나요?

A: AI 기반 선박 안전 시스템은 기존 센서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위험 상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그룹의 HiCAMS는 화재 초기 단계에서 불씨와 연기를 포착하며, 딥러닝 기술로 오경보 가능성을 줄이고 시스템 정밀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사람의 개입 없이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피로나 부주의로 인한 인적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Q: 자율운항선박은 언제쯤 실용화될 예정인가요?

A: 자율운항선박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IMO의 강제 MASS Code가 발효되는 2032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미 부분적인 자율운항 기술은 실용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23년부터 ‘포스 싱가포르’ 호를 통해 실증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완전한 무인 자율운항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단계적으로 자율화 수준이 높아질 것입니다.

Q: 선박 안전 시스템 발전이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요?

A: 선박 안전 시스템의 발전은 해양사고 감소, 운영 효율성 증가, 연료 소비 및 탄소 배출 감소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옵니다. 특히 자율운항 기술의 도입으로 선원 부족 문제 해결,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 감소, 운영 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됩니다. HD현대-아비커스의 HiNAS 2.0은 실제 운항에서 연료를 15%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을 10%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결론: 안전한 바다를 위한 기술적 혁신의 시대

해상 재난과 선박 안전 시스템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명과 환경을 보호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선박 안전 시스템은 더욱 지능화되고 자동화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자율운항선박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IT 기술을 바탕으로, 비록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며 미래 시장을 선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산·학·연의 협력을 통해 한국형 자율운항선박 기술은 더욱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바다 위의 안전은 지속 가능한 해운·조선 산업의 필수 조건입니다. 첨단 기술을 통해 해상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더 안전하고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계속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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