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카라 열도 규모 5.4 지진 발생, 2주간 1500회 군발지진 속 ‘7월 대지진설’ 논란

일본 가고시마현 도카라 열도에서 현지시간 7월 5일 오전 6시 29분경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일본 기상청이 발표했다. 이번 지진으로 도카라 열도의 섬 중 하나인 아쿠세키지마(惡石島)에서 진도 5강의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원 깊이는 약 20km로 추정되며, 다행히 쓰나미 우려는 없다고 일본 기상청이 밝혔다.

진도 5강은 대다수 사람이 뭔가를 붙잡지 않고는 걷기 힘든 수준의 흔들림으로, 선반의 식기류나 책이 떨어지는 정도의 강도를 나타낸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2주간 1500회 달한 군발지진, 주민 대피 이어져

특히 주목할 점은 도카라 열도 지역에서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6일까지 약 2주간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무려 1500회가 넘게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00회가 넘는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이례적인 군발지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잇따른 지진으로 불안감이 확산되자 아쿠세키지마 주민들은 대피에 나섰다. 이미 13명이 가고시마시로 피신했으며, 추가로 20여 명이 섬을 떠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89명의 전체 주민 중 상당수가 안전을 위해 섬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만화 ‘내가 본 미래’의 7월 대지진 예언 논란

이번 지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만화가 다쓰키 료(71세)의 작품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서 예언한 내용과 관련이 있다. 이 만화는 1999년 출간 당시 비판을 받았으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주목받으면서 ‘예언 만화’로 불리게 되었다.

이 만화에는 “2025년 7월 5일 새벽 4시 18분 동일본 대지진의 3배에 달하는 거대 쓰나미가 발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작가가 1998년 인도 여행 중 꾼 예지몽을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이 예언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일본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홍콩과 대만 등지에서는 이 예언 때문에 7월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도 온라인 방송에 20만 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기상청 “대지진설과 무관, 과학적 근거 없어”

일본 기상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카라 열도 지진과 대지진설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진도 1 이상 지진이 연간 2000회 정도 일어나며 많을 때는 6500회에 이르기 때문에 예언이 맞을 수 있다”면서도 “예언대로 지진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것은 우연일 뿐이며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에비타 아야타카 일본 기상청 지진·쓰나미 감시과장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지진 활동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관찰된 자연적 현상”이라며 “특정 만화나 예언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도카라 열도 지진 활동의 역사적 패턴

도카라 열도는 과거에도 군발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지역이다. 2021년 12월과 2023년에도 유사한 지진 활동이 관측되었으며, 이는 이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카라 열도는 일본 남서부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화산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평양 플레이트와 필리핀해 플레이트의 경계 근처에 있어 지진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군발지진은 주로 마그마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규모 5.4 지진의 의미와 피해 수준

규모 5.4 지진은 중간 강도의 지진으로 분류된다. 이는 지진의 절대적 에너지 크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건물에 경미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진도는 특정 지역에서 실제로 느끼는 흔들림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른 진도를 보일 수 있다.

2017년 한국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경우 공공시설 321건, 사유시설 3만 3324건의 피해가 발생했던 것을 고려하면, 일본의 우수한 내진 설계와 지진 대비 시설 덕분에 이번 지진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세계 최고 수준 지진 대비 시스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지진 대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전국에 약 4000개의 지진계를 설치하여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지진 발생 후 2초 이내에 경보를 발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긴급지진속보 시스템은 지진파 중 P파(Primary wave)를 먼저 감지하여 피해를 주는 S파(Secondary wave)가 도달하기 전에 경보를 발령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P파는 S파보다 약 1.7배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이 시간 차이를 활용해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지진 발생 시 안전 수칙과 대처법

일본 여행 중 지진을 경험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 발생 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몸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실내에서는 테이블 아래로 피하거나 벽 모서리에 몸을 맡기고,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 실외에서는 건물에서 떨어지는 간판이나 유리창에 주의하며 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공터나 공원으로 대피한다. 특히 블록벽이나 자동판매기 근처는 피해야 한다.

전철이나 지하철에서는 승무원의 안내를 따르고 함부로 차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엘리베이터에서는 모든 층 버튼을 누르고 가장 먼저 서는 층에서 내려야 한다.

지진 관련 정보 확인 방법

일본 여행 중에는 지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해 두는 것이 좋다. ‘Yahoo!防災速報’나 ‘NHK World-Japan’ 앱은 지진 발생 시 즉시 알림을 제공하며 다국어를 지원한다.

특히 긴급지진속보는 TV, 라디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도 자동 전송되므로, 일본 통신사의 로밍 서비스나 현지 WiFi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면 경보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

지진 전문가들은 현재 도카라 열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군발지진이 대규모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에서는 과거에도 주기적으로 군발지진이 발생했으며, 이는 지역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지진 다발 지역인 만큼 평상시 지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소 3일분의 비상식품과 음료수, 상비약 등을 준비하고, 가구 고정 등 실내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대응이 필요

이번 도카라 열도 지진 사건은 자연재해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미신적 해석 사이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지진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 현상이며, 특정 예언이나 미신에 의존하기보다는 과학적 데이터와 전문가의 분석에 기반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본 기상청의 설명대로 연간 수천 회의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언제든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언에 매몰되어 불안해하기보다는 평상시 충분한 대비를 해두고, 지진 발생 시 적절한 대처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다.

현재 도카라 열도 지역에서는 지진 활동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지진 관련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숙지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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