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양 운송량 증가와 선박의 대형화·고속화로 인해 바닷속 소음공해가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고요해 보이는 바다 속에서도 선박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무려 1,000km까지 퍼져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특히 고래나 돌고래와 같은 해양 포유류는 음파를 활용해 의사소통하고 먹이를 찾는데, 이러한 선박 소음은 그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제해사기구(IMO)를 비롯한 각국에서는 선박 수중방사소음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소음 저감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요. 오늘은 선박 소음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신 기술들을 알아보겠습니다.
1. 고요한 바다를 위협하는 선박 수중방사소음의 실체
선박에서 발생하는 수중방사소음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서 발생합니다. 하나는 기계류 소음으로, 선박 내에 장착된 엔진과 발전기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입니다. 다른 하나는 추진기 소음으로, 동력을 얻기 위해 장착된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발생시키는 소음인데요.
특히 소음의 주요 원인인 캐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은 프로펠러가 고속으로 회전할 때 압력 저하로 기포가 발생하고 이 기포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충격파에서 비롯됩니다. 이 현상은 강한 소음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프로펠러 날개 표면을 손상시키고 추진 효율까지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컨테이너선은 최대 155dB의 수중 소음을 발생시키며, 이 소음은 선박이 지나간 후에도 약 40분 동안 지속되어 넓은 해역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해양 물동량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서, 2050년까지 해상 물류는 현재의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 해양생물에게 치명적인 소음의 영향
선박 소음은 해양 생물, 특히 소리에 의존하는 생물들에게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 의사소통 방해: 고래와 돌고래는 음파를 이용해 장거리 의사소통을 하는데, 선박 소음이 이를 방해해 서로를 찾지 못하거나 짝짓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 생존 활동 장애: 음파를 이용해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생존율이 낮아집니다.
- 청각 손상: 지속적인 고강도 소음 노출은 해양 생물의 청각 기관에 영구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증가: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면역력 저하, 번식률 감소, 성장 장애를 초래합니다.
- 서식지 이탈: 소음을 피해 본래의 서식지를 떠나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특히 심각한 경우에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고래나 돌고래가 해안가에 좌초되는 사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뉴질랜드와 호주 해안에서는 수많은 고래들이 좌초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선박 소음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3. 국제사회의 대응: IMO 선박 소음 규제 강화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수중방사소음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IMO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10~300Hz 주파수 범위 내에서 10년 이내 3dB 저감
- 30년 이내 10dB 저감
- 해양 보호구역 내 선박 통행 규제 권고
- 선박 설계와 운항 방식 개선 지침 제정
2023년 7월에는 선박 소음 저감을 위한 개정된 자발적 지침을 승인하여 실효성이 거의 없었던 이전 지침을 대체했으며, 회원국과 이해관계자들에게 3년간의 경험 구축 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캐나다,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의 해안에서 선박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된 선박에 입항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요.
4. 혁신적인 선박 소음 저감 기술
4.1 와류발생기(K-VG) 기술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에서 개발한 와류발생기(K-VG)는 선박의 추진효율 향상과 수중방사소음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판 형상의 소형 구조물을 선체에 접합하는 형태로, 선박 주변의 물 흐름을 제어하여 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K-VG를 다양한 선종에 적용한 모형시험 결과, 추진기 수중방사소음을 3~6dB 저감하고, 추진효율은 4~5% 향상시키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경제적이고 운항 중인 선박에도 설치가 용이한 이 기술은 캐나다 ‘EcoAction’ 프로그램에 저소음 선박 기술로 등록되어, K-VG를 부착한 선박은 밴쿠버항 입항료 23%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4.2 공기윤활시스템(ALS) 기술
한화오션이 개발한 공기윤활시스템(ALS)은 선박 바닥 면에 공기를 주입해 선체와 바닷물 사이에 공기층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는 일종의 소음 완충재 역할을 하여 수중방사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캐나다 밴쿠버 항만청이 한화오션의 ALS 성능을 검토하고 이를 ‘수중방사소음 저감기술’로 공식 인정했는데요. ALS를 적용한 선박은 수중방사소음이 6dB가량 감소할 뿐 아니라, 선박의 마찰저항을 줄여 약 5%의 연료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어 경제적·환경적 이점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4.3 선내 계측 기반 수중방사소음 모니터링 기술
선박 수중방사소음을 측정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부이나 계측선을 활용한 선외 계측 방식이지만, 이는 환경적 제약이 많고 비용도 많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KRISO는 선내에서 선박 수중방사소음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선내에 부착한 음향 및 가속도계 센서로부터 계측된 신호를 활용해 원거리에서의 수중방사소음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시공간 제약 없이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합니다. 또한 선박의 운항 전주기에서 수중방사소음을 확인할 수 있어 선박의 다양한 운항 상태나 선체 노후화로 인한 소음 변화도 분석이 가능합니다.
5. 선박 속도 감소의 효과: 일석삼조의 해결책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연구팀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선박의 운항 속도를 줄이는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해양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선박 소음은 속도의 6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속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소음 발생은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 속도 20% 감소 → 소음 6dB 감소
- 속도 50% 감소 → 소음 18dB 감소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속도 감소가 가져오는 추가적인 이점입니다. 느린 속도로 운항하면 연료 소비가 줄어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고래와 같은 해양 생물과의 충돌 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선박 속도 감소는 소음 저감, 비용 절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6.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통합적 접근
선박 소음 저감은 단일 기술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결합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복합적 전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 기술적 개선: 와류발생기(K-VG), 공기윤활시스템(ALS) 등의 기술 적용
- 운항 방식 개선: 중요 서식지 근처에서 속도 감소, 민감 지역 우회 항로 설정
- 선박 설계 개선: 프로펠러 및 선체 설계를 개선해 캐비테이션 발생 최소화
- 모니터링 강화: 선내 계측 기반 수중방사소음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 규제 및 인센티브: 저소음 선박에 대한 입항료 할인 등 인센티브 제공
특히 해양 보호구역 내에서는 더 엄격한 속도 제한과 우회 경로 지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국제적 협력과 규제 강화가 중요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선박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되면 선박 운영 비용이 증가하나요?
A: 단기적으로는 기술 도입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와류발생기(K-VG)나 공기윤활시스템(ALS)과 같은 기술은 추진 효율을 높여 연료 소비를 줄이고, 일부 항만에서는 입항료 할인 혜택도 제공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선박 속도를 줄이면 물류 배송 시간에 영향이 있지 않나요?
A: 속도 감소는 물류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요 해양 생태계 보호구역 등 특정 지역에서만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물류 계획을 최적화하여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료 비용 절감 효과가 있어 경제적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능합니다.
Q: 선박 소음 저감 기술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A: 각 기술마다 장단점이 있어 ‘가장 효과적인’ 기술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와류발생기(K-VG)는 설치가 간편하고 추진 효율도 높이는 장점이 있으며, 공기윤활시스템(ALS)은 소음 저감 효과가 큰 편입니다. 선박의 종류와 운항 조건에 따라 적합한 기술이 다를 수 있으므로, 복합적인 접근이 바람직합니다.
Q: 소형 선박도 해양 소음 문제에 영향을 미치나요?
A: 대형 상선에 비해 개별 소형 선박의 소음은 작지만, 연안 지역에서 대량으로 운항할 경우 누적 효과로 인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속 모터보트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소음을 발생시켜 일부 해양 생물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소형 선박도 소음 관리가 필요합니다.
8. 결론: 고요한 바다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
선박 소음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해양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문제입니다. 다행히 국제사회의 인식이 높아지고 와류발생기(K-VG), 공기윤활시스템(ALS)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발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 속도 감소와 같은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소음 저감, 연료 절약, 해양 생물 보호라는 다중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 규제 강화, 산업계의 자발적 참여가 모두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선박 소음 저감 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적인 규제 협력과 인식 제고를 통해 해양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해양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바다 속 생명체들이 소음 없는 평화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이 글은 최신 연구 자료와 전문가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기술 발전과 규제 변화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