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패권을 좌우하는 첨단 기술: 군사용 선박의 진화와 해군력 변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국의 해군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해양 통제권은 국가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으며, 오늘날에도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 해군 전력의 모습은 불과 수십 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스텔스 기술, 무인 체계, 고에너지 무기와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은 해군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 해전이 대규모 함대 간의 직접적인 충돌로 결정되었다면, 현대의 해양 전쟁은 멀리서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정밀 무기와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무인 체계가 주도하는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진보뿐만 아니라, 국가 간 해양 전략과 해군력의 구성, 운용 방식에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군사용 선박의 기술적 진화와 해군력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미래 해양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군사용 선박의 기술적 진화

스텔스 기술의 발전과 함정 설계의 혁명

현대 군함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발전 중 하나는 스텔스 기술입니다.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적외선 탐지기, 음향 탐지기 및 육안에 의한 탐지를 포함한 모든 탐지 수단에 대해 함정의 탐지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함정의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줌왈트급 구축함

미 해군의 줌왈트급 구축함은 첨단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함정입니다.

함정의 스텔스 기술은 크게 레이더 단면적(RCS) 감소와 적외선(IR) 신호 감소 기술로 구분됩니다. 레이더 단면적 감소를 위해 현대 함정들은 수직에 가까운 전통적인 함정 구조에서 벗어나 기울어진 선체와 상부구조물 설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레이더 신호가 바다로 반사되어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는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적외선 신호 감소를 위해 엔진의 배기가스 온도를 낮추거나 해수를 이용한 냉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열 신호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텔스 기술의 적용은 함정의 외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미국의 줌왈트급 구축함이나 한국의 KDDX와 같은 차세대 구축함들은 전통적인 함정과는 완전히 다른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스텔스 설계에 대한 국내기술 확보가 미흡하여 현재 전적으로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의 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라고 언급하면서도, 최근에는 국내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차기 구축함인 KDDX 사업을 통해 자체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함정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핵추진 기술과 잠수함의 발전

잠수함 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핵추진 기술의 도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과 달리 대기 의존 없이 장기간 잠항할 수 있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소형 원자로를 통해 동력을 얻습니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은 바닷물을 끓여 고압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가 터빈을 돌려 프로펠러를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공기 없이 작동할 수 있어 이론상 수개월간 잠항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현재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핵추진 잠수함 기술은 매우 복잡하고 고도화된 기술로,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따르면 “핵잠수함에 사용되는 원자력 기술은 원자력 공학적으로 가장 어려운 기술 중 하나이다. 공간에 대한 제약이 심하며, 제한된 공간에서도 승조원의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디젤 잠수함이 최고 속도를 낼 경우 1~2시간이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스노클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통상 디젤 잠수함보다 두 배 가량 빠른 속도로 장기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은 넓은 해역을 담당해야 하는 대양해군에게 특히 중요한 능력입니다.

고에너지 무기체계: 레이저와 레일건

함정 무장 체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발전 중 하나는 고에너지 무기체계의 등장입니다. 특히 레이저 무기와 레일건은 기존의 화약 기반 무기체계와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하여 미래 해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전망됩니다.

레이저 무기는 전기 에너지를 고출력 광선으로 변환하여 표적을 파괴하는 시스템으로, 빛의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회피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국 해군은 이미 함정에 레이저 무기를 탑재하여 무인항공기(UAV)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20년 5월에는 샌안토니오급 상륙함에 고체 에너지 레이저(LWSD) MK 2 MOD 0를, 2022년에는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프레블’에도 레이저 무기체계를 시험 설치했습니다.

레이저 무기의 큰 장점은 탄약이 필요 없어 운용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레이저 무기로 드론 한 대를 격추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3달러로, 기존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그러나 레이저 무기는 대량의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함정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대용량 에너지 발전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한국 해군도 미국 해군의 사례를 연구하며 고출력에너지 무기체계를 함정에 탑재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3년 출력 20㎾급으로 추정되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의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2026년까지 출력을 30㎾급으로 높인 ‘블록-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양 무인체계의 부상

무인수상정(USV)과 무인잠수정(UUV)의 발전

현대 해군력의 또 다른 큰 변화는 무인체계의 급속한 발전입니다. 무인수상정(Unmanned Surface Vessel, USV)과 무인잠수정(Unmanned Underwater Vehicle, UUV)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거나 유인 함정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합니다.

해양 무인체계

현대 해군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해양 무인체계

무인수상정은 정찰, 감시, 대기뢰전, 대잠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무장을 탑재한 전투용 무인수상정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은 이미 중-대형 무인수상정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크기와 임무에 특화된 무인수상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인잠수정은 주로 정찰, 감시, 기뢰탐지 및 제거, 해저 지형 조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크기와 운용 방식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특히 장시간 운용 가능한 대형 무인잠수정은 적 해역에서의 은밀한 정보 수집과 감시 임무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따르면, “해양무인체계는 개발 초기에는 많은 시간적 노력과 경제적 투자가 요구되지만, 그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인해 오늘날 국방 및 민간분야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미래 해양전에서 활용이 급증되고 비중 있는 전투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해양무인체계”는 현대 해군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자율 운항 기술

해양 무인체계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과 자율 운항 기술입니다. 과거의 원격 조종 시스템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율 운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율 운항 기술은 초기에는 단순한 경로 추종과 장애물 회피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현재는 복잡한 해양 환경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고도의 자율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딥러닝과 컴퓨터 비전 기술의 발전으로 해양 무인체계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하여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단순히 무인 플랫폼의 성능 향상을 넘어, 무인체계와 유인체계 간의 협업 운용이라는 새로운 작전 개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해군은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 개념을 발전시키며, 무인체계를 함정에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통합 운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한 척의 모함이 다수의 무인체계를 운용하는 ‘무인체계 모함’ 개념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작전 개념은 함정의 생존성을 높이고 작전 범위를 확장하면서, 동시에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군력 변화와 미래 해양전 전망

다영역 작전과 해군력의 확장

현대 해군력은 더 이상 해양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영역(Multi-Domain)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 MDO)은 해양, 육상, 공중, 우주, 사이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된 작전 개념으로, 각 영역의 능력을 동기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로열 덴마크 국방대학의 이안 바워스(Ian Bowers) 박사는 “고도의 센서와 장거리 정밀 무기체계의 발달로 해양 작전이 더 이상 해군만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육상 발사 미사일과 무인기를 이용해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를 침몰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육상 기반 무기체계가 해양 통제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해군력의 정의와 운용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미래의 해군은 다영역에서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해군력 경쟁과 국제 질서의 변화

21세기 해군력 경쟁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질서의 변화를 반영합니다. 냉전 시대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해군력 경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빠른 속도로 그 격차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조선 능력에서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어, 양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미국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5년 현재 중국의 조선업 역량은 연간 2300만 톤으로, 미국의 10만 톤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중국 해군력은 여전히 미국에 25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함정 수량이 아닌 기술적 우위, 작전 경험, 글로벌 기지 네트워크 등에서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본토를 제외한 전 세계 140여 개국에 374개 군사기지를 확보해 운용하는 반면, 중국은 지부티 한 곳에 불과해 군사 보급 능력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래 해양전의 양상

미래 해양전은 기존의 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의 발전으로 해전의 전장은 지리적으로 크게 확장되었으며, 스텔스 기술과 대(對)스텔스 기술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무인체계의 확산은 해양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다수의 저비용 무인체계를 이용한 ‘군집 전술’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소수 고가 플랫폼 중심의 해군 전략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공격이 방어보다 우세한” 해양전의 특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안 바워스 박사는 “현대 해전에서는 선제공격을 가하는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새로운 공격 능력(무인 군집 드론, 사이버 무기, 초음속 미사일 등)이 확산되면서 어떤 해군도 지속적인 해양 통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그는 “해전은 초기에는 짧고 격렬하게 진행되지만, 이후에는 모든 측이 재편성하면서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며, “함정, 항공기, 무기를 가장 빨리 재생산하는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이는 해군력의 양적 측면과 산업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평가입니다.

한국 해군의 발전과 과제

한국 해군의 기술적 도약

한국 해군은 지난 수십 년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연안 방어에 집중했던 한국 해군은 2000년대 들어 ‘대양해군’으로의 도약을 추진하며 첨단 함정 건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특히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급’과 차세대 구축함 ‘KDDX’ 사업은 한국 해군의 기술적 도약을 상징합니다. KDDX는 대한민국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으로, 29개의 신기술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형 전투체계와 다기능 레이더 등 핵심 장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여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잠수함 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독일의 기술로 시작한 한국의 잠수함 건조 기술은 현재 3,000톤급 장보고-III Batch-I 잠수함을 국내 독자 기술로 건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장보고-III Batch-II 사업은 한국 해군의 잠수함 능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해군은 무인체계 분야에서도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해군의 차기 핵심 전력이 될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념설계 사업을 해군본부로부터 수주했으며, 연내 개념설계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무인체계의 발전은 한국 해군의 작전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 해군의 미래 과제와 전략

한국 해군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북한의 비대칭 위협과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은 한국 해군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해군의 미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째, 첨단 기술을 적용한 함정 개발을 통해 질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둘째, 무인체계와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한 ‘스마트 해군'(SMART Navy) 구축입니다. 셋째, 다영역 작전 능력 강화를 통해 통합된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해군은 ‘SMART Navy’ 구축을 위해 2019년부터 ‘해군혁신 4.0’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해군 전 분야에 적용하여 미래 해군의 비전을 설계하고 전략 전력개념 및 미래 작전 수행개념을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안 바워스 박사는 “대한민국은 해군력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한국 해군은 다른 서방 국가들과 달리 대규모 함대와 효과적인 조선 능력, 그리고 점점 발전하는 무기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전시에 상당한 중복성과 독립적인 첨단 무기체계 운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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